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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달(閏月)에만 묘지일을 하는가?
예부터 윤달이 들어 있는 해는 다른 해의 달에 비해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는 무해의 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윤달은 하늘을 주관하는 신들이 휴가(休暇)를 즐기고, 지상의 모든 잡신(雜神)이 쉬는 달이어서 어떤 일을 해도 해가 없고, 액(厄)이 없다고 믿었으며 평상시 신(神)들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도 되는 달로 속감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난다]는 속신(俗信)도 있다.
윤달이 되면 그 동안 준비해왔던 묘지이장이나 묘지단장, 그리고 화장문화에 즈음하여 납골묘설치와 이사 등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게 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그 중에서 윤달이 다가오면 무엇보다 묘지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고 윤달이 다가오면 해당 업계는 윤달예약으로 포화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묘지이장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조상을 좋은 곳에 모시는 것이 효이고, 조상과 후손이 동기감응을 함으로 자손의 발복을 위해서도 좋은 곳에 모셔야 한다는 풍수사상에서 비롯되었다.
풍수에서 길지(吉地)란 혈(穴)이다. 혈(穴)이 극히 귀하여 무해지(無害地)까지 길지 범위 안에 넣어 볼 때 무해지 그 다음은 어떤 곳이 있는가? 풍수에서는 더 이상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흉지만은 피해야 된다고 할 때 이제 최후적으로 남은 것은 오직 고인을 파묘하여 화장을 해야 하고, 곧 화장하는 것이 흉지에 매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결론이 된다. 풍수논리에서 화장을 하면 고열의 산화로 인해 조상의 기와 후손의 기가 서로 감응되지 않는다.
돌아가신 분에게 화장을 한다는 것이 불효라고 여기는 것은 그 동안 유교 등의 관습에 따른 인식의 문제이지 풍수와는 아무 관계 없다.
풍수로 시작해서 풍수로 망한 고려시대도 화장을 많이 하였다. 최근 조성된 공동묘지들 대부분이 산형지세만 변형시켜 놓아 그곳이 길지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곧 효도라고 고집한다면 풍수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날에 가정의 대소사를 치르기를 소망하는 것은 어떤 일에도 액이 끼거나 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므로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단지 묘지 이장이나 납골묘를 계획하고 계신분들은 윤달을 참고하시고, 화장,즉 개장은 윤달과 풍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꼭 윤달에만 이장이나 화장을 하려고 거금을 들여 화장장 예약이나 개장일을 해 줄 인력을 찾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윤달을 고집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 날을 피하여 미연에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